부산행: 15호차 문을 걸어 잠근 용석의 행위, 긴급피난일까 살인죄일까?

KTX를 타고 부산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마다 가끔 플랫폼을 보며 오싹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대한민국 최초의 천만 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 시속 300km로 달리는 밀폐된 고속열차 안에서 펼쳐지는 생존자들의 사투는 극장에서 보는 내내 손잡이를 꽉 쥐게 만들 만큼 압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1,156만 관객 모두가 입을 모아 가장 치를 떨었던 악역은 괴성을 지르는 좀비 떼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천리마고속 상무 '용석(김의성 분)'이었죠 ㅋㅋㅋ 개봉 당시 김의성 배우의 SNS에 "영화 보다가 명치 세게 때리고 싶었다"는 댓글이 수만 개씩 달렸을 정도로 온 국민의 분노 게이지를 폭발시켰던 인물입니다.

특히 가장 끔찍했던 명장면, 감염자들을 뚫고 피투성이가 되어 겨우 15호차 앞까지 도달한 석우(공유 분), 상화(마동석 분), 상화의 임신한 아내 성경(정유미 분) 일행을 보며 용석은 눈을 까뒤집고 소리칩니다.
"문 잠가! 저 새끼들 감염됐어! 열어주면 우리 다 죽어!"

결국 넥타이로 문고리를 틀어막고 버틴 15호차 승객들의 이기심 때문에, 아내를 지키려던 상화는 맨몸으로 좀비 떼를 막아서다 비참하게 물려 희생당하고 맙니다. 극장 안을 눈물과 탄식으로 가득 채웠던 이 장면, 문득 법률적인 호기심이 발동합니다.
"15호차에 타고 있던 다수 승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면... 용석의 행동은 형법상 '긴급피난'으로 무죄를 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냉혹한 살인죄일까?"

재난 상황에서 드러난 인간의 추악한 밑바닥, 현대 대한민국 형법의 엄격한 잣대로 용석의 죄책을 낱낱이 파헤쳐 보았습니다.


1. 용석의 유일한 방패: 형법 제22조 '긴급피난'이란?

만약 용석이 현실 법정에서 일류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변호인이 들고나올 유일한 카드는 바로 형법 제22조 긴급피난입니다.

📌 대한민국 형법 제22조(긴급피난) 제1항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용석 측의 논리는 전형적인 공리주의입니다.
"15호차 안에는 노인, 아이, 임산부를 포함해 수십 명의 무고한 승객이 타고 있었다. 감염 여부가 확실치 않은 소수(석우 일행)를 차단한 것은, 15호차 승객 다수의 생명이라는 거대한 법익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피난 행위였다!"

위난이 눈앞에 닥친 것은 사실이었으니 언뜻 들으면 그럴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형법학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2. 법원이 긴급피난을 단칼에 기각하는 이유: "목숨은 숫자로 계산할 수 없다"

형법상 긴급피난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법익 균형성''보충성(최후수단성)'이라는 엄격한 문턱을 반드시 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용석의 행위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산산조각 냈습니다.

  • 인간의 생명권은 절대적 가치:
    법학의 대원칙 중 하나는 "10명의 생명이 1명의 생명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권은 산술적인 덧셈 뺄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남의 생명을 직접 희생시켜서 내 목숨을 건지는 형태의 긴급피난'은 법원에서 100% 인정되지 않습니다.
  • 막연한 추측으로 사지로 몰아넣은 위법성:
    석우 일행은 감염되지 않은 정상인이었고, 맨눈으로도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피난 칸으로 일단 들여보낸 뒤 별도의 공간에 격리하거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보충성)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오직 막연한 공포와 이기심 때문에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즉, 다수의 생존을 명분 삼아 확인되지 않은 소수를 좀비의 턱밑으로 밀어 넣은 행위는 긴급피난의 '상당성(비례의 원칙)'을 완전히 일탈한 불법 행위입니다.

3. 현실 법정에 선 용석의 진짜 죄목: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긴급피난이라는 방패가 깨지는 순간, 용석에게는 대한민국 형법전에서 가장 무거운 칼날이 꽂히게 됩니다.

📌 형법 제250조(살인) & 대법원의 '미필적 고의' 법리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죽어도 어쩔 수 없다"며 그 결과를 묵인하거나 용인한 때에는 고의 살인죄가 성립한다.

용석은 유리창 너머로 좀비 떼가 덮쳐오는 긴박한 상황을 똑똑히 보고 있었습니다. 지금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바깥의 사람들이 갈가리 찢겨 물려 죽을 것이라는 결과를 아주 명확하게 알고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타이로 문을 꽁꽁 묶고 적극적으로 진입을 방해했습니다. 이는 법적으로 "저 사람들이 죽더라도 내 알 바 아니다"라는 심리 상태, 즉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작위 및 작위 살인죄'에 정확히 해당합니다. 마동석(상화)을 비롯해 문 밖에서 희생당한 승객들에 대한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되어 최소 징역 15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중범죄입니다.

4. 영화의 마지막이 던진 서늘한 질문: "당신은 과연 다를 수 있었을까?"

결국 영화 후반부, 용석은 야구부 승무원과 여고생 진희, 그리고 열차 기장까지 사지로 밀어 넣으며 추악하게 도망치다 스스로 좀비로 변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그가 감염된 뒤 멍한 눈으로 "나 부산에 어머니 계시는데... 빨리 가야 하는데..."라며 중얼거리던 대사는 관객들에게 묘한 서글픔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스크린 속 용석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분노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만약 내가 저 피비린내 나는 15호차 안에 타고 있었다면, 과연 용석을 말리고 당당하게 문을 열어줄 수 있었을까?"

법치주의가 재난 속에서도 그토록 엄격하게 선을 긋는 이유는, 공포와 이기심이라는 본능에 한 번 예외를 허용하기 시작하면 문명사회의 모든 도덕과 인권이 순식간에 괴물로 전락하기 때문입니다. 법은 용석을 살인범으로 단죄했지만, 영화 <부산행>은 위기 앞에서 인간의 품격을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15호차의 굳게 닫힌 유리문을 통해 묵직하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 여러분의 솔직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좀비 바이러스의 감염 위험 앞에서 문을 걸어 잠근 용석의 선택. 법대로 무기징역을 때려야 할 살인죄였을까요, 아니면 재난 상황의 극단적 공포를 감안해 정상참작을 해줘야 할까요? 여러분이 15호차 안에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하셨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