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도가니>: 장애인 성폭행 교장들의 집행유예, 법원은 왜 솜방망이 판결을 내렸을까?

2011년 가을, 스크린을 가득 채우던 차가운 안개 속에서 온 나라를 거대한 분노와 집단 패닉으로 몰아넣었던 황동혁 감독의 문제작 <도가니> . 개봉 당시 극장을 찾았던 관객들 중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주먹을 쥔 채 바들바들 떨거나 눈물을 훔치지 않은 사람이 없었을 정도로 대한민국 사회를 근본부터 뒤흔든 대작이었습니다. 청각장애아 학교인 '무진 자애학원'에 미술교사로 부임한 강인호(공유 분). 하지만 학교에 들어선 그가 마주한 현실은 배움의 터전이 아니라 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장광 배우가 1인 2역으로 소름 끼치게 연기한 교장과 행정실장이 화장실 칸막이 위에서 무표정하게 어린 학생을 내려다보던 그 눈빛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 영화사상 가장 끔찍한 트라우마 장면으로 꼽히죠 ㅠㅠ 말도 못 하고 듣지도 못하는 장애 아동들을 교장실과 세탁실로 끌고 가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쇠파이프로 폭행했던 교직원들. 인호와 인권센터 간사 유진(정유미 분)이 피눈물을 흘리며 이들을 법정에 세웠지만, 재판정의 결말은 충격을 넘어 참담함 그 자체였습니다. 대형 로펌 출신의 전관예우 변호사가 등장하고, 가난에 찌든 피해자 부모들을 돈으로 회유해 합의서를 받아내자 판사는 징역형이 아닌 '집행유예와 솜방망이 벌금형' 을 선고하고 악마들을 대낮의 거리로 풀어줍니다. 법정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던 아이들과 물대포를 맞으며 울부짖던 강인호... "도대체 법이 왜 가해자의 편을 들어주는가?" 2005년 광주 인화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100%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 현실 법률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당시 법치주의가 품고 있던 끔찍한 사법적 맹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명백한 아동 성폭행범들에게 법원은 도대체 왜 집행유예를 선고했을까? 그리고 이 영화 한 편이 대한민국 형법을 어떻게 통째로 바꾸어 놓았을까?" 온 국민을 분노케 했던 도가니 ...

부당거래: 가짜 범인 '배우' 조작과 스폰서 검사, 그리고 소름 돋는 국과수 반전의 법률 분석

사회생활을 하거나 직장에서 억울한 일을 겪을 때마다 누구나 마음속으로 수백 번은 되뇌어 보았을 한국 영화사 최고의 명대사, 류승범 배우가 짝다리를 짚고 얄밉게 내뱉던 그 한마디 다들 기억하시죠? ㅎㅎ "호의가 계속되면은...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친절하게 대했더니 자기가 진짜 대단한 줄 아네?" 2010년 개봉해 287만 관객을 모았던 류승완 감독의 범죄 스릴러 <부당거래> 는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거대한 두 축인 경찰과 검찰, 그리고 그 뒤에 기생하는 스폰서 건설사와 조폭 브로커들의 추악하고 끈적한 먹이사슬을 날것 그대로 까발린 가장 서늘한 수작이었죠.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연쇄 초등학생 살인사건이 터지고 대통령까지 분노하자, 경찰 수뇌부는 유력한 용의자를 추격 중 실수로 사살해 버리는 초대형 대형 사고를 칩니다. 사건을 덮고 경찰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매번 승진에서 미끄러지던 에이스 최철기 반장(황정민 분)에게 은밀한 거래가 들어옵니다. "이번 사건 깔끔하게 해결하면 너 승진시켜 줄게." 최 반장은 조폭 출신 건설업자 장석구(유해진 분)를 사주해 과거 아동 성범죄 전력이 있는 지적장애인 이동석을 '가짜 범인(일명 배우)' 으로 섭외하고, 옷에 피해자의 피를 묻혀 증거를 날조합니다. 여기에 다른 스폰서로부터 룸살롱 접대와 골프 여행을 상납받던 검사 주양(류승범 분)이 냄새를 맡고 끼어들며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파멸로 치닫습니다. "경찰은 범인을 만들고, 검찰은 스폰서를 챙기며, 조폭은 그 사이에서 사람을 죽인다." 영화 후반부, 고급 호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승진에 눈이 먼 최 반장이 젊은 주양 검사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애원하던 장면은 공권력의 자존심이 바닥으로 처박힌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영화관을 나서며 자연스레 차가운 형법전의 목차를 떠올리게 됩니다. ...

신세계: 잠입경찰 이자성의 사직서 파기와 강 과장의 직권남용죄, 언더커버의 법적 한계

개봉한 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남성들의 술자리 안주거리이자 무수한 명대사 밈(Meme)을 쏟아내는 한국형 범죄 느와르의 절대강자 <신세계> . 엘리베이터 칼부림 씬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칼을 휘두르던 정청(황정민 분)의 "드루와, 드루와!" , 교도소를 나서며 담배를 꼬나물던 이중구(박성웅 분)의 "살려는 드릴게" , 그리고 "거 중구 형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까지... 극장 안을 압도하던 대사들은 지금 떠올려도 피가 끓어오릅니다 ㅎㅎ 특히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짝퉁 롤렉스 시계를 흔들며 슬리퍼를 질질 끌고 걸어 나오던 정청이 "어이 브라더~" 라며 끌어안던 능청스러운 모습은 영화사상 가장 매력적인 조폭 캐릭터의 등장이었죠. 하지만 그 화려한 우정의 이면에는 하루하루 목숨이 백척간두에 서 있던 한 남자의 처절한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바로 국내 최대 범죄조직 '골드문'에 경찰 신분으로 잠입한 지 무려 8년째 를 맞이한 비밀 수사관 이자성(이정재 분)이었습니다. 언제 등에 칼이 꽂힐지 모르는 극도의 공포, 정보과 형사들의 밀착 감시로 임신한 아내마저 유산 위기에 처하자, 자성은 인적이 드문 낚시터에서 강 과장(최민식 분)을 만나 피를 토하듯 사직서를 내밉니다. "이번엔 진짜 끝이라고 약속하셨잖아요! 제발 나 좀 빼주쇼..." 하지만 강 과장은 담배꽁초를 질겅질겅 씹으며 자성의 눈앞에서 사직서를 북북 찢어버립니다. "사표? 웃기고 있네. 야, 이자성... 딱 한 번만 더 하자. 이번엔 네가 직접 골드문 1인자 회장이 되는 거야." 부하 경찰관의 목줄을 쥐고 흔들며 범죄 조직의 보스가 되라고 등을 떠미는 비정한 공권력의 민낯! 영화관을 나선 수많은 관객이 가슴을 치며 분노했던 이 지점, 과연 현실 대한민국 법률의 잣대로 들여다보면 어떨까요? "부하의 사표를 강제로 찢...

살인의 추억: 형사들의 지하실 독직폭행과 진범 이춘재의 공소시효 만료 비극

가을바람이 스산하게 부는 시골 논두렁길을 걷다 보면, 저 수로 풀숲 어딘가에서 누군가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은 서늘한 공포를 안겨주는 한국 영화 최고의 마스터피스 <살인의 추억> . 봉준호 감독의 이름을 전 세계 영화계에 각인시킨 작품이자, 개봉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형 범죄 수사 스릴러의 압도적인 1위로 손꼽히는 걸작이죠. "야, 향숙이? 향숙이 예뻤다..." 라며 바보 흉내를 내던 백광호(박노식 분)의 명연기와,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냐!" 라며 논두렁에서 서태윤 형사(김상경 분)에게 이단 날라차기를 날리던 박두만 형사(송강호 분)의 콤비 플레이는 지금 다시 봐도 씁쓸한 실소를 자아냅니다. 하지만 수사가 미궁에 빠질수록 스크린은 점차 광기와 절망으로 물들어갑니다. 과학수사 장비 하나 없던 1986년, 형사들은 백지하실로 용의자들을 끌고 가 군화에 보자기를 씌워 가슴팍을 걷어차고, 억지로 족적을 위조하며 허위 자백을 강요 하기에 이릅니다. 비 내리는 어두운 기찻길 터널 앞에서, 가장 유력한 용의자 박현규(박해일 분)를 향해 권총을 겨눈 채 송강호 배우가 핏발 선 눈으로 내뱉던 그 탄식은 한국 영화사 최고의 명대사였습니다. "밥은 먹고 다니냐...?"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한 채 미제로 끝났던 영화. 하지만 현실에서는 영화 개봉 16년 뒤인 2019년 9월, 최첨단 DNA 감식 기술을 통해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이춘재'였다는 충격적인 진실 이 33년 만에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온 국민이 경악하며 "당장 저 악마를 법정에 세워 사형시켜라!" 라고 분노했지만, 놀랍게도 대한민국 검찰과 법원은 이춘재를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살인죄로 단 하루도 추가 처벌하지 못했습니다. 영화관을 나섰던 관객들의 뇌리를 때리는 뼈아픈 법적 질문들! "자백을 강요하며 피의자를 구타한 형사들은 법적으로 어떤 처벌을 받을까?", ...

실미도: 684부대의 기간병 사살과 무장 탈출, 군사반란일까 정당방위일까?

2003년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던 연말, 극장 매표소 앞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줄을 늘어서게 만들며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1,108만 관객' 이라는 경이로운 숫자를 찍고 천만 영화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던 강우석 감독의 대작 <실미도> . 서슬 퍼런 군가 소리와 함께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칼바람 치는 바다를 응시하던 31명 대원들의 눈빛은 지금 다시 떠올려도 온몸에 전율을 돋게 만듭니다. 1968년 북한 특수부대의 청와대 기습(1·21 김신조 사태)에 대한 보복으로, 중앙정보부와 공군이 김일성의 목을 따기 위해 극비리에 창설한 '공군 2325전대 209파견대(일명 684부대)' . 영하의 바닷물에 거꾸로 매달리고, 손가락이 터져나가는 지옥 같은 3년 4개월의 살인 훈련을 버텨낸 그들이었지만, 1970년대 초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되자 국가는 너무나 잔인한 선택을 내립니다. 부대의 존재 자체가 국제적 스캔들이 될까 두려워 "공작원 전원을 사살해 흔적을 지우라" 는 극비 몰살 명령을 하달한 것이죠. 자신들을 제거하려는 낌새를 눈치챈 훈련병들은 결국 먼저 총을 뽑아 들고 기간병들을 사살한 뒤 섬을 탈출합니다. 자신들을 가르쳤던 교육대장 최재현 준위(안성기 분)가 부하들의 총구 앞을 막아서며 피를 토하듯 절규하던 장면은 한국 영화사 최고의 명장면으로 남아있습니다. "비겁한 건 그들이 아니라 나다... 날 쏘고 가라! 날 쏘고 가!" 인천 앞바다를 건너 송도에 상륙한 뒤 시외버스를 탈취해 청와대로 향하다, 대방동 유한양행 건물 앞에서 수류탄을 터뜨리며 버스 안에서 자폭으로 산화한 684부대원들. 스크린 속 처절한 비극을 걷어내고 현대 사법 체계의 엄중한 잣대로 이 사건을 들여다보면, 아주 첨예하고 무거운 법률적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상관과 기간병을 살해하고 무장 탈출한 행위... 군형법상 사형에 처해질 군사반란죄일까, 아니면 국가의 불법 사...

7번방의 선물: 억울한 사형수 이용구와 춘천 파호동 사건, 그리고 국가배상 소멸시효의 비극

휴지와 손수건을 한 움큼 챙겨 들어가지 않았다가 영화 중반부부터 쏟아지는 눈물에 옷소매가 다 젖어버렸던 기억, 2013년 무려 1,281만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울렸던 이환경 감독의 명작 <7번방의 선물> 을 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실 겁니다. 바가지 머리에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딸을 향해 읊조리던 류승룡 배우의 명대사는 지금 떠올려도 가슴 한구석이 찡해져 오죠 ㅠㅠ "1997년 12월 23일 태어났어요. 제왕절개! 의사 선생님 손이 따뜻했어요. 예승아! 콩 먹어, 콩! 비타민~ 🎶" 6세 수준의 지능을 가졌지만 세상에서 딸 예승이(갈소원 분)를 제일 사랑했던 지적장애인 아빠 이용구. 그는 예승이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던 노란색 '세일러문 가방'을 파는 곳을 알려주겠다는 경찰청장의 어린 딸을 따라가다 끔찍한 운명의 덫에 걸려듭니다. 아이가 얼어붙은 빙판길에 미끄러져 벽돌에 머리를 부딪혀 쓰러지자, 용구는 배운 대로 옷을 풀고 심폐소생술(CPR)과 인공호흡을 시도했지만, 현장에 들이닥친 경찰은 그를 파렴치한 '미성년자 유괴·강간살인범' 으로 몰아세웁니다. 실적 압박에 눈이 먼 경찰 수사관들은 지적장애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용구의 뺨을 후려치며 잔혹한 협박을 가합니다. "네가 죽였다고 인정 안 하면, 네 딸 예승이도 똑같이 만들어버릴 거야. 알았어?" 결국 하나뿐인 딸을 지키기 위해 법정에서 "제가 죽였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라며 고개를 숙인 용구는 억울한 사형수가 되어 차가운 교도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맙니다. 영화 속에서 교도소 동료들이 만들어준 열기구를 타고 노을 속으로 날아오르다 철조망에 걸려 멈춰 서던 부녀의 모습에 극장 안은 오열로 가득 찼는데요. 가슴을 쥐어뜯게 만들었던 이 비극, 현대 사법 시스템의 법전과 판례를 통해 들여다보면 가슴 시린 법적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수사기관의 잔혹한 협박...

광해, 왕이 된 남자: 천민 하선의 대동법 결재와 공무원자격사칭죄

사극 영화를 떠올릴 때마다 묵직한 감동과 유쾌한 웃음이 동시에 교차하는 한국 웰메이드 팩션 사극의 대표작 <광해, 왕이 된 남자> . 무려 1,232만 관객을 모으며 광해군(이병헌 분)과 가짜 왕 하선이라는 1인 2역을 신들린 듯 소화해 낸 이병헌 배우의 인생 연기가 돋보였던 작품이죠 ㅎㅎ 특히 영화 초반, 궁궐 법도에 익숙지 않은 하선이 왕의 요강인 '매화틀'에 시원하게 볼일을 보자마자 수십 명의 상궁과 궁녀들이 엎드려 "전하 경축하옵니다! 대변을 보셨사옵니다!" 를 외치고, 이에 기겁하며 바지를 추스르던 장면은 극장 안을 완전히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ㅋㅋㅋ 하지만 웃음도 잠시, 진짜 광해군이 양귀비 독에 중독되어 사경을 헤매는 동안 보름간 어좌를 지키게 된 광대 하선의 행보는 점차 대신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듭니다. 글도 모르던 천민 출신 광대였지만, 굶주리는 백성과 팥죽 한 그릇에 눈물 흘리던 어린 궁녀 사월이(심은경 분)의 아픔을 가슴으로 끌어안았던 하선은 마침내 어전회의에서 용상을 박차고 일어나 호통을 칩니다. "땅 열 마지기 가진 자에게 쌀 열 섬을 거두고, 땅 한 마지기 가진 자에게 쌀 한 섬을 거두는 것이 어찌 불공평하단 말이오! 당장 대동법을 전면 시행하시오!" 양반 지주들의 극심한 반대를 꺾고 역사적인 세제 개혁인 '대동법(大同法)' 을 전격 통과시키며 관객들에게 가슴 벅찬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던 가짜 왕. 하지만 현대 법률가의 시선으로 이 통치 행위를 뜯어보면 흥미진진한 법적 쟁점이 고개를 듭니다. "가짜 공무원, 그것도 '가짜 대통령' 노릇을 하며 어명(행정명령)을 내리고 법안을 결재한 하선은 현실 법정에서 어떤 처벌을 받을까? 그리고 가짜 왕이 통과시킨 대동법은 법적으로 유효할까?" 조선의 궁궐을 뒤흔든 하선의 대역극, 대한민국 형법과 행정법의 차가운 잣대로 그 법적 운명을 정밀하게 파헤쳐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