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술에 취해 기억 안 난다"... 주취감경으로 징역 12년 받은 조두순 사건의 법적 진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 노란색 우산을 손에 쥐고 길을 나서는 어린아이의 뒷모습만 보아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영화가 있습니다. 2013년 개봉하여 전 국민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던 이준익 감독의 수작 <소원> 입니다. 2008년 대한민국을 경악과 슬픔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조두순 아동 성폭행 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겨낸 작품이죠 ㅠㅠ 학교 앞 골목길에서 술에 취한 괴한에게 납치되어 신체 장기가 영구 파손되는 끔찍한 참변을 당한 여덟 살 소원이(이레 분). 어른도 견디기 힘든 대수술을 받고 평생 인공항문(장루)을 차야 하는 절망 속에서도, 병원 침대에 누워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아빠에게 건네던 아이의 첫마디는 온 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아빠... 아빠 바빠? 나 아파... 근데 아빠 올 때까지 기다렸어..." 병원 문밖에서 소리 없이 벽을 치며 통곡하던 아빠 동훈(설경구 분)과 엄마 미희(엄지원 분). 낯선 성인 남성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트라우마에 빠진 딸을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커다란 코코몽 캐릭터 인형 탈을 쓰고 딸의 등굣길 뒤를 묵묵히 지켜주던 아빠의 부정(父情)은 지금 떠올려도 목이 메어옵니다. 하지만 관객들의 눈물을 일순간 타오르는 극도의 분노로 바꾸어 놓았던 장면은 바로 결말부의 '형사재판 선고' 장면이었습니다. 피해 아동의 온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아놓고도 피고인석에 앉아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만취 상태라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며 뻔뻔하게 발뺌하던 범인. 그리고 법원은 놀랍게도 이 파렴치한 주장을 받아들여 형량을 깎아주더니 고작 '징역 12년' 을 선고하고 판결봉을 두드립니다. 재판정 바닥에 주저앉아 "징역 12년이라니! 판사님, 우리 아이는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데 12년이라뇨!" 라며 오열하던 부모의 절규. 영화관을 나서며 모두가 똑같은 분노를 터뜨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