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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조작 사건, 지적장애 소년들에게 씌운 누명과 재심 무죄

극장에서 영화 <소년들> 을 보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주먹을 너무 꽉 쥐고 있어서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던 기억이 납니다. 살인마를 쫓는 통쾌한 형사 액션 영화는 수없이 많지만, 이 영화가 주는 고통과 분노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스크린 속에서 벌어지는 참극이 영화적 과장이 아니라, 1999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 의 100% 실화였기 때문입니다. 평화롭던 시골 마을 슈퍼마켓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패물을 털고 70대 할머니를 청테이프로 결박해 숨지게 한 끔찍한 사건. 온 동네가 공포에 휩싸이자 경찰은 사건 발생 불과 며칠 만에 동네에 살던 10대, 20대 청년 세 명을 전격 체포합니다. 언론은 '경찰의 발 빠른 쾌거'라며 대서특필했죠. 하지만 체포된 '삼례 삼총사'의 실체는 흉악범이 아니었습니다. 한글도 제대로 떼지 못했고, 지적장애를 앓고 있었으며, 부모의 보살핌조차 받지 못하던 지극히 가난하고 나약한 소년들이었습니다. 경찰서 골방으로 끌려간 소년들은 영문도 모른 채 군화발로 짓밟히고 뺨을 후려치는 무자비한 구타 를 당했습니다. 형사들은 소년들의 손을 강제로 잡고 테이프를 찢는 흉내를 내게 하며 현장검증 비디오를 조작했고, 글자도 못 읽는 아이들의 손가락에 인주를 묻혀 자백서에 도장을 찍어버렸습니다. "글도 모르는 바보 삼총사 엮어서 특진 잔치 벌이니까 살맛 나더냐?" 새로 부임한 완주경찰서 수사반장 황준철(설경구 분)이 부패한 경찰 수뇌부를 향해 던진 피 끓는 일갈! 영화 속에서 판사는 결백을 주장하며 우는 소년들의 눈물 대신 경찰과 검찰의 서류만을 믿고 징역 3년에서 6년을 선고해 감옥으로 보내버립니다. 영화를 보며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가장 소름 돋는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만약 법을 모르고 말주변이 없는 내 가족이나 이웃이 저 자리에 앉아있었다면, 과연 스스로의...

1987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 박종철 고문치사와 검사의 부검 명령서

어릴 적 뉴스나 어른들의 대화 속에서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솔직히 블랙코미디 영화에나 나오는 우스갯소리인 줄 알았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책상을 탁 쳤다고 억 하고 쓰러져 죽을 수가 있지?" 하지만 나이가 들고 극장에서 장준환 감독의 영화 <1987> 을 마주했던 그날, 차가운 타일 바닥 위로 쏟아지던 욕조 물소리를 들으며 온몸에 돋았던 소름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스물두 살, 아직 피어나지도 못한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청년 박종철. 1987년 1월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간 그는 차가운 주검이 되어 실려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참극을 덮기 위해 대공수사처 박 처장(김윤석 분)은 서울지검 공안부장 최환 검사(하정우 분)의 집무실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서류 한 장을 툭 내밀죠. "어차피 빨갱이 하나 조사받다 심장 쇼크로 죽은 거요. 가족 동의도 다 받아뒀으니, 조용히 오늘 밤 안으로 즉각 화장(火葬)해 버립시다." 불길 속에 시신을 집어넣어 잿더미로 만들면 물고문의 멍 자국도, 목이 꺾인 흔적도 영원히 지워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류를 훑어보던 최 검사는 삐딱하게 담배를 물고 경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거친 한마디를 꽂아 넣습니다. "스물두 살짜리 건강한 놈이 갑자기 쇼크사로 죽어? 야, 이게 말이 되냐? 부검하기 전에는 화장 허가 도장 절대 못 찍어줍니다. 법대로 부검합시다!" 시신을 빼돌려 흔적을 없애려던 서슬 퍼런 공안 권력의 협박 앞에서도 끝내 물러서지 않고 발부한 '사체인도요구 거부권과 압수수색 부검영장' . 만약 이 종이 한 장이 없었다면,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 는 그 뻔뻔한 거짓말 뒤에 진실은 영원히 암매장되었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며 문득 현실의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법률 제도 하나가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도대체 검사에게 무슨 법적 권한이 있길래 경찰의 화장 요구를 단칼에 거부...

<재심>: 약촌오거리 15세 소년 살인 누명, 형사들의 고문 자백과 16년 만의 형사보상금

어두운 밤길을 달리다 교통사고나 범죄 현장을 목격했을 때, 우리는 흔히 "경찰에 112 신고를 해야 하나? 아니면 괜히 엮여서 귀찮아질까?" 라는 망설임을 한 번쯤 해보게 됩니다. 이 지극히 평범한 고민이 한 인간의 10대 청춘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악몽으로 변해버린 실제 사건이 있었습니다. 2017년 개봉해 242만 관객의 공분을 자아냈던 김태윤 감독의 영화 <재심> 입니다. 2000년 8월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 다방에서 오토바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15세 소년 현우(강하늘 분, 실존 인물 최 모 씨).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택시기사를 발견하고 살리기 위해 경찰에 신고했던 착한 소년은, 며칠 뒤 영문도 모른 채 경찰서로 끌려갑니다. 실적에 눈이 먼 형사들은 소년의 신발에 묻은 피를 보고 "목격자가 아니라 네가 찔러 죽인 범인이지?" 라며 몰아세우죠. 여관방으로 끌려간 소년은 옷이 벗겨진 채 쇠파이프와 주먹으로 무차별 구타를 당하고, 잠을 자지 못하는 가혹행위 끝에 경찰이 미리 적어둔 자백서에 벌벌 떨며 도장을 찍습니다. 법원은 고문으로 얼룩진 종이 한 장을 근거로 15세 소년에게 '징역 10년' 의 중형을 선고합니다. 청춘의 전부를 차가운 교도소 독방에서 보내고 출소했지만, 소년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살인마" 라는 사회적 낙인과 피해자 보험사에서 청구한 1억 4천만 원의 구상금 빚더미였습니다 ㅠㅠ "나 진짜 사람 안 죽였어요... 제발 내 말 좀 믿어주세요!" 돈도 없고 빽도 없던 낭떠러지 변호사 이준영(정우 분)이 소년의 손을 잡은 순간, 기적의 재심이 시작됩니다. 스크린을 보던 모든 이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던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실화. 현대 형사소송법의 눈으로 바라보면 경악을 금치 못할 법률적 쟁점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물증 하나 없이 오직 고문 자백만으로 징역 10년이 선고된 기막...

<소원>: "술에 취해 기억 안 난다"... 주취감경으로 징역 12년 받은 조두순 사건의 법적 진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 노란색 우산을 손에 쥐고 길을 나서는 어린아이의 뒷모습만 보아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영화가 있습니다. 2013년 개봉하여 전 국민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던 이준익 감독의 수작 <소원> 입니다. 2008년 대한민국을 경악과 슬픔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조두순 아동 성폭행 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겨낸 작품이죠 ㅠㅠ 학교 앞 골목길에서 술에 취한 괴한에게 납치되어 신체 장기가 영구 파손되는 끔찍한 참변을 당한 여덟 살 소원이(이레 분). 어른도 견디기 힘든 대수술을 받고 평생 인공항문(장루)을 차야 하는 절망 속에서도, 병원 침대에 누워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아빠에게 건네던 아이의 첫마디는 온 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아빠... 아빠 바빠? 나 아파... 근데 아빠 올 때까지 기다렸어..." 병원 문밖에서 소리 없이 벽을 치며 통곡하던 아빠 동훈(설경구 분)과 엄마 미희(엄지원 분). 낯선 성인 남성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트라우마에 빠진 딸을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커다란 코코몽 캐릭터 인형 탈을 쓰고 딸의 등굣길 뒤를 묵묵히 지켜주던 아빠의 부정(父情)은 지금 떠올려도 목이 메어옵니다. 하지만 관객들의 눈물을 일순간 타오르는 극도의 분노로 바꾸어 놓았던 장면은 바로 결말부의 '형사재판 선고' 장면이었습니다. 피해 아동의 온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아놓고도 피고인석에 앉아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만취 상태라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며 뻔뻔하게 발뺌하던 범인. 그리고 법원은 놀랍게도 이 파렴치한 주장을 받아들여 형량을 깎아주더니 고작 '징역 12년' 을 선고하고 판결봉을 두드립니다. 재판정 바닥에 주저앉아 "징역 12년이라니! 판사님, 우리 아이는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데 12년이라뇨!" 라며 오열하던 부모의 절규. 영화관을 나서며 모두가 똑같은 분노를 터뜨렸습니다. ...

<도가니>: 장애인 성폭행 교장들의 집행유예, 법원은 왜 솜방망이 판결을 내렸을까?

2011년 가을, 스크린을 가득 채우던 차가운 안개 속에서 온 나라를 거대한 분노와 집단 패닉으로 몰아넣었던 황동혁 감독의 문제작 <도가니> . 개봉 당시 극장을 찾았던 관객들 중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주먹을 쥔 채 바들바들 떨거나 눈물을 훔치지 않은 사람이 없었을 정도로 대한민국 사회를 근본부터 뒤흔든 대작이었습니다. 청각장애아 학교인 '무진 자애학원'에 미술교사로 부임한 강인호(공유 분). 하지만 학교에 들어선 그가 마주한 현실은 배움의 터전이 아니라 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장광 배우가 1인 2역으로 소름 끼치게 연기한 교장과 행정실장이 화장실 칸막이 위에서 무표정하게 어린 학생을 내려다보던 그 눈빛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 영화사상 가장 끔찍한 트라우마 장면으로 꼽히죠 ㅠㅠ 말도 못 하고 듣지도 못하는 장애 아동들을 교장실과 세탁실로 끌고 가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쇠파이프로 폭행했던 교직원들. 인호와 인권센터 간사 유진(정유미 분)이 피눈물을 흘리며 이들을 법정에 세웠지만, 재판정의 결말은 충격을 넘어 참담함 그 자체였습니다. 대형 로펌 출신의 전관예우 변호사가 등장하고, 가난에 찌든 피해자 부모들을 돈으로 회유해 합의서를 받아내자 판사는 징역형이 아닌 '집행유예와 솜방망이 벌금형' 을 선고하고 악마들을 대낮의 거리로 풀어줍니다. 법정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던 아이들과 물대포를 맞으며 울부짖던 강인호... "도대체 법이 왜 가해자의 편을 들어주는가?" 2005년 광주 인화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100%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 현실 법률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당시 법치주의가 품고 있던 끔찍한 사법적 맹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명백한 아동 성폭행범들에게 법원은 도대체 왜 집행유예를 선고했을까? 그리고 이 영화 한 편이 대한민국 형법을 어떻게 통째로 바꾸어 놓았을까?" 온 국민을 분노케 했던 도가니 ...

부당거래: 가짜 범인 '배우' 조작과 스폰서 검사, 그리고 소름 돋는 국과수 반전의 법률 분석

사회생활을 하거나 직장에서 억울한 일을 겪을 때마다 누구나 마음속으로 수백 번은 되뇌어 보았을 한국 영화사 최고의 명대사, 류승범 배우가 짝다리를 짚고 얄밉게 내뱉던 그 한마디 다들 기억하시죠? ㅎㅎ "호의가 계속되면은...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친절하게 대했더니 자기가 진짜 대단한 줄 아네?" 2010년 개봉해 287만 관객을 모았던 류승완 감독의 범죄 스릴러 <부당거래> 는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거대한 두 축인 경찰과 검찰, 그리고 그 뒤에 기생하는 스폰서 건설사와 조폭 브로커들의 추악하고 끈적한 먹이사슬을 날것 그대로 까발린 가장 서늘한 수작이었죠.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연쇄 초등학생 살인사건이 터지고 대통령까지 분노하자, 경찰 수뇌부는 유력한 용의자를 추격 중 실수로 사살해 버리는 초대형 대형 사고를 칩니다. 사건을 덮고 경찰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매번 승진에서 미끄러지던 에이스 최철기 반장(황정민 분)에게 은밀한 거래가 들어옵니다. "이번 사건 깔끔하게 해결하면 너 승진시켜 줄게." 최 반장은 조폭 출신 건설업자 장석구(유해진 분)를 사주해 과거 아동 성범죄 전력이 있는 지적장애인 이동석을 '가짜 범인(일명 배우)' 으로 섭외하고, 옷에 피해자의 피를 묻혀 증거를 날조합니다. 여기에 다른 스폰서로부터 룸살롱 접대와 골프 여행을 상납받던 검사 주양(류승범 분)이 냄새를 맡고 끼어들며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파멸로 치닫습니다. "경찰은 범인을 만들고, 검찰은 스폰서를 챙기며, 조폭은 그 사이에서 사람을 죽인다." 영화 후반부, 고급 호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승진에 눈이 먼 최 반장이 젊은 주양 검사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애원하던 장면은 공권력의 자존심이 바닥으로 처박힌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영화관을 나서며 자연스레 차가운 형법전의 목차를 떠올리게 됩니다. ...

신세계: 잠입경찰 이자성의 사직서 파기와 강 과장의 직권남용죄, 언더커버의 법적 한계

개봉한 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남성들의 술자리 안주거리이자 무수한 명대사 밈(Meme)을 쏟아내는 한국형 범죄 느와르의 절대강자 <신세계> . 엘리베이터 칼부림 씬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칼을 휘두르던 정청(황정민 분)의 "드루와, 드루와!" , 교도소를 나서며 담배를 꼬나물던 이중구(박성웅 분)의 "살려는 드릴게" , 그리고 "거 중구 형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까지... 극장 안을 압도하던 대사들은 지금 떠올려도 피가 끓어오릅니다 ㅎㅎ 특히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짝퉁 롤렉스 시계를 흔들며 슬리퍼를 질질 끌고 걸어 나오던 정청이 "어이 브라더~" 라며 끌어안던 능청스러운 모습은 영화사상 가장 매력적인 조폭 캐릭터의 등장이었죠. 하지만 그 화려한 우정의 이면에는 하루하루 목숨이 백척간두에 서 있던 한 남자의 처절한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바로 국내 최대 범죄조직 '골드문'에 경찰 신분으로 잠입한 지 무려 8년째 를 맞이한 비밀 수사관 이자성(이정재 분)이었습니다. 언제 등에 칼이 꽂힐지 모르는 극도의 공포, 정보과 형사들의 밀착 감시로 임신한 아내마저 유산 위기에 처하자, 자성은 인적이 드문 낚시터에서 강 과장(최민식 분)을 만나 피를 토하듯 사직서를 내밉니다. "이번엔 진짜 끝이라고 약속하셨잖아요! 제발 나 좀 빼주쇼..." 하지만 강 과장은 담배꽁초를 질겅질겅 씹으며 자성의 눈앞에서 사직서를 북북 찢어버립니다. "사표? 웃기고 있네. 야, 이자성... 딱 한 번만 더 하자. 이번엔 네가 직접 골드문 1인자 회장이 되는 거야." 부하 경찰관의 목줄을 쥐고 흔들며 범죄 조직의 보스가 되라고 등을 떠미는 비정한 공권력의 민낯! 영화관을 나선 수많은 관객이 가슴을 치며 분노했던 이 지점, 과연 현실 대한민국 법률의 잣대로 들여다보면 어떨까요? "부하의 사표를 강제로 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