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아서 플렉의 지하철 3인 총격 살인과 형법상 심신미약 감형

코믹스 원작 영화 사상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 국제영화제 최고상(황금사자상)을 거머쥐며 전 세계를 거대한 충격과 전율로 몰아넣었던 토드 필립스 감독의 마스터피스 <조커(Joker)>. 영화를 위해 무려 23kg을 감량해 앙상하게 뼈만 남은 등뼈를 드러낸 채, 고독하게 담배를 피우며 온몸을 비틀던 호아킨 피닉스의 신들린 연기는 지금 떠올려도 숨이 턱 막힐 정도입니다.

고담시의 썩어가는 뒷골목에서 병든 노모를 모시며 광대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최하층민 아서 플렉. 그는 어린 시절 겪은 끔찍한 학대와 뇌 손상으로 인해 극도의 긴장이나 슬픔, 분노가 닥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괴한 발작성 웃음을 터뜨리는 '병적 웃음증(PBA)'이라는 잔인한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울고 싶은 순간에 오히려 숨이 넘어가도록 웃어야만 하는 비극적인 질병이죠 ㅠㅠ

비극의 도화선은 심야 지하철 안이었습니다. 웃음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양복을 빼입은 월스트리트 금융맨 3명에게 둘러싸여 무자비한 집단 구타(린치)를 당하던 아서는, 품속에 숨겨두었던 38구경 권총을 꺼내 두 명을 순식간에 쏴 죽이고, 살려달라며 기어서 플랫폼으로 도망치는 마지막 한 명까지 끝까지 쫓아가 차가운 계단 위에서 등 뒤에 확인 사살을 가합니다.

희생자에서 잔혹한 학살자로 뒤바뀐 순간...
아서 플렉은 공중화장실로 숨어들어 거울을 보며 기괴하고 우아한 독무를 추기 시작합니다.

전 세계적인 '광대 가면 시위'의 기폭제가 된 이 충격적인 지하철 총격 사건. 스크린의 사회학적 비극을 걷어내고 현실 법정의 차가운 심판대에 아서 플렉을 세운다면, 법률가들은 매우 첨예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집단 린치를 당하던 중 쏜 총이니 '정당방위'일까?", "심각한 정신질환과 망상에 시달렸으니 형법상 '심신상실'로 무죄나 감형을 받을 수 있을까?"

대한민국 형법전과 사법부의 엄격한 판례를 통해, 광기의 광대 아서 플렉에게 내려질 현실 법정의 판결문을 정밀하게 해체해 보았습니다.


1. 정당방위의 파괴: 도망치는 남자의 등 뒤에 박힌 확인 사살

아서의 변호인이 법정에서 가장 먼저 주장해 볼 카드는 형법 제21조 '정당방위'입니다. 건장한 남성 3명에게 구석에 몰려 일방적인 린치를 당하고 있었으니 "내 생명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자구책이었다"는 논리죠.

하지만 대한민국 형법과 법원은 이 주장을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100% 기각합니다.

  • 초기 발포의 비례성 일탈: 상대방은 맨주먹과 발길질로 폭행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맞서 살상력이 절대적인 권총을 난사한 것은 법익의 균형성(생명 침해 vs 단순 타박상)을 현저히 초과한 행위입니다.
  • 침해의 종료 후 추격 사살: 결정타는 마지막 세 번째 남자의 죽음이었습니다. 두 명이 총에 맞아 쓰러지자 마지막 남자는 겁에 질려 전철 문을 박차고 승강장 계단으로 기어 도망치고 있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아서에 대한 폭행과 위협(부당한 침해)은 이미 완전히 끝난 상태였습니다.

상대방이 등을 보이고 도망치고 있음에도 차분하게 걸어가 계단에 쓰러진 피해자의 등에 방아쇠를 여러 번 당긴 행위는, 방어 의사가 0.001%도 없는 명백한 '사적 보복이자 잔혹한 고의 살인'입니다. 정당방위는커녕 과잉방위조차 발붙일 수 없는 확정적 살인죄입니다.

2. "미쳐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형법 제10조 심신상실과 심신미약

그렇다면 아서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마지막 방패는 그의 오랜 정신과 치료 이력과 망상 장애입니다.

📌 대한민국 형법 제10조(심신장애인)
①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심신상실 - 무죄)
②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심신미약 - 임의적 감경)

아서는 아동 학대 트라우마, 만성 조현병적 망상(옆집 여자 소피와의 가상 연애 환각), 그리고 병적 웃음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변호인은 "정신병으로 인해 사리 분별이 불가능한 상태(심신상실)였으므로 법률상 무죄를 선고하고 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법원은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과,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였는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엄격하게 선을 긋습니다.

3. 대법원이 심신상실을 칼같이 거부하는 이유: "치밀한 도주와 은폐"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정신병 환자라도 범행 전후의 구체적인 행동을 보고 죄의 위법성을 알고 있었는지를 판단합니다.

⚖️ 대법원 판례 (심신상실 여부의 실질적 판단 기준)
"피고인에게 정신분열증이나 망상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범행의 수단을 치밀하게 선택하고 범행 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로를 확보하는 등 자신의 행위가 법률상 금지된 악행임을 인식하고 행동을 통제한 정황이 있다면 심신상실(무죄)로 볼 수 없다!"

영화 속 아서 플렉의 범행 직후 행적을 보면 소름 돋을 정도로 이성적이고 치밀합니다:

  1. 총을 쏠 때 당황하여 난사한 것이 아니라, 한 발 한 발 정확하게 급소를 조준 사격했습니다.
  2. 살인 직후 사이렌 소리를 피해 즉각 지하철역 화장실로 숨어들어 피 묻은 총기를 은닉하고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3. 형사들이 탐문 수사를 위해 아파트에 찾아오자, 권총을 베개 밑에 숨기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며 알리바이를 조작하려 했습니다.

이는 아서가 "내가 지금 사람을 쏴 죽였고, 이것은 경찰에 잡히면 큰일 나는 중범죄다"라는 사실을 아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따라서 무죄가 선고되는 '심신상실'은 법정에서 100% 배척됩니다.

(참고로 형을 깎아주는 '심신미약' 역시, 2018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이후 형법 제10조 제2항이 "감경한다(의무)"에서 "감경할 수 있다(판사 재량)"로 개정되었기 때문에 법원이 잔혹한 총기 살인에 대해 감경을 단칼에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4. 계단 위 광기의 춤 뒤에 기다리는 '사형과 치료감호'

영화의 후반부, 얼굴에 피로 입술을 그리고 빨간 양복을 차려입은 아서가 게리 글리터의 록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브롱크스의 긴 계단을 내려오는 시퀀스는 영화사상 가장 매혹적이면서도 쓸쓸한 명장면이었습니다.

사회 안전망의 처참한 붕괴, 정신질환자에 대한 복지 예산 삭감, 그리고 힘없는 약자를 벌레 보듯 짓밟던 기득권층의 위선이 한 나약한 인간을 어떻게 괴물로 밀어 넣었는지를 완벽하게 고발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사회적 메시지와 무관하게, 현실의 형사법정에 선 아서 플렉이 마주할 죄목은 가혹하리만치 무겁습니다.

지하철 살인 3건, 자신을 조롱했던 직장 동료 랜들 살인, 친모 페니 플렉 질식 살해, 머레이 프랭클린 생방송 권총 살해, 총포화약법 위반 및 대규모 폭동 교사죄...

법원은 그에게 일말의 관용도 없이 '치료감호 처분(국립법무병원 수용)'과 함께 '사형' 또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라는 영구 사회 격리 판결을 선고할 것입니다. 사회가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몬 책임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하지만, 차가운 쇳덩이 방아쇠를 당겨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손가락의 법적 책임까지 사회가 대신 짊어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 독자 여러분의 솔직한 생각은?

"국가의 복지 지원이 끊기고 매일같이 짓밟히던 정신질환자 아서 플렉의 폭주. 여러분은 그를 법대로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해야 할 잔혹한 살인마로 보시나요, 아니면 치료와 보호가 먼저 필요한 환자로 보시나요?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