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언즈, 바나나보다 더 중요한 주인의 존재

 

미니언즈 – 귀엽고 위험한 존재들의 주인 찾기 여정

<미니언즈>(감독: 카일 발다 & 피에르 코팽, 2015)는 <슈퍼배드>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 ‘미니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핀오프 작품으로, 바보 같지만 사랑스러운 이 노란 생명체들의 **기원과 목적, 그리고 절대적인 충성심**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이들은 물론 성인 관객까지 사로잡은 이 영화는 단순한 코미디 이상의 구조를 가진다. 미니언즈는 ‘악당을 섬기기 위해 존재하는 종족’으로 설정돼 있고, 그들이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해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시대를 넘나드는 여정은 사실상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집단적 자아 탐색"**으로 읽을 수 있다. 서론에서는 이 영화가 겉으로는 유쾌하지만, 어떻게 **"의존성과 정체성의 문제"**를 유머와 비주얼로 풀어냈는지를 살펴본다. 그들은 왜 그렇게 누군가를 따르려 하는 걸까? 그리고 진짜 주인은 누구여야 했을까?

주인 없이 살 수 없는 본능 – 미니언들의 존재론적 결핍

미니언들은 공룡부터 나폴레옹, 드라큘라, 심지어 히틀러까지 섬기려 했지만 늘 ‘주인을 망쳐놓고’ 끝나며, 결국 주인 없이 극도로 우울해진다. 그들은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책임지지도 않으며**, 항상 강하고 지배적인 존재 곁에서 의미를 찾는다. 이는 단순한 우스꽝스러움이 아닌, **집단의 의존성과 충성심이 어떻게 무비판적 위험성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장치**다. 주인을 찾는 여정은 곧 ‘존재 이유’를 찾는 여정이며, 이 과정에서 ‘악당’이 꼭 나쁜 사람이어야 하는지도 묻는다. 그래서 스칼렛 오버킬이라는 여성 악당이 등장했을 때, 미니언들은 ‘최고’의 주인을 찾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녀조차 그들의 순진한 충성을 오용하게 된다. 결국 영화는 유쾌한 톤 속에서도, **맹목적 추종과 개인의 주체성 부재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스튜어트·케빈·밥의 여정 – 리더십과 우정의 귀결

이야기의 중심에는 스튜어트, 케빈, 밥 세 미니언이 있다. 이들은 조직 내에서 리더도, 천재도 아니지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소통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며** 기존 ‘우두머리 찾기’ 시스템에서 **스스로 중심이 되어간다.** 특히 막내 밥은 단순히 귀엽고 운이 좋은 캐릭터로 보이지만, 극의 여러 순간에서 감정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며 케빈은 결정적 순간, 미니언 종족을 대표해 스스로 거대한 위험에 맞선다. 이러한 구조는 미니언이라는 존재가 비록 집단적으로 ‘조력자’로 소비되어 왔지만, **개별적 개성과 선택을 통해 진짜 주체로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결국 세 친구는 주인을 찾아 떠났지만, 스스로가 서로에게 **리더이자 가족, 공동체**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바나나보다 소중한 건 결국 ‘함께하는 이들’이었다.

특별 관점 – 내가 케빈이었다면, 모두를 위해 스스로 나설 수 있었을까?

미니언 종족 전체가 주인 없이 무기력해진 상황에서, 스스로 자원해 세상을 구하러 나간 케빈.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별다른 능력도, 경험도 없이 무작정 떠날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누군가를 위한 행동이지만, 사실상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위험과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저 ‘따르던 존재’에서 직접 결단하고, 보호하고, 희생하는 인물로 변해가는 여정을 보며, 나는 깨닫는다. 진짜 주인은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용기와 선택에서 출발한다는 것.**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과연 그렇게 걸을 수 있었을까?

조력자 관점 – 스칼렛 오버킬, 그녀는 주인인가 적인가?

스칼렛 오버킬은 미니언들이 평생 원해온 ‘강력한 주인’의 완벽한 이미지로 등장한다. 그녀는 카리스마 있고, 주도권을 가지며, 세계를 지배하려 한다. 하지만 그녀는 **미니언들을 동료로 여기지 않고, 단순한 도구로 이용**한다. 겉으론 조력자처럼 보였지만, 사실상 미니언들이 진짜 자신을 찾지 못하게 막는 장애물이기도 했다. 그녀의 존재는 ‘나를 이끌어 줄 강한 누군가’에 대한 환상을 무너뜨린다. 조력자가 주체가 되는 순간, 의존이 아닌 함께 걷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결국 스칼렛은 조력자가 아닌 ‘시험’이었고, 그녀를 넘어선 순간, 미니언들은 진짜 자신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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