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감추려는 권력, 그것을 밝히려는 시민
<1987>(감독: 장준환, 2017)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6월 항쟁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 순간을 정면으로 그려낸 영화다. 단순히 시대극이나 정치영화에 머물지 않고, **정의와 진실을 좇는 사람들의 연대와 희생**을 통해 관객에게 뜨거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이 영화는 723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었으며, 극적인 편집 없이도 전율을 자아내는 **사실 기반 서사**,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 그리고 진실을 위한 용기 있는 행동을 조명하면서 깊은 울림을 남겼다. 서론에서는 <1987>이 단지 고문과 독재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자 교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영화는 거대한 영웅담 대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평범한 사람들의 연쇄적인 움직임으로 전개된다. 이 점에서 <1987>은 가장 ‘현대적인 역사극’이라 할 수 있다. 진실을 막으려는 자와, 그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는 자. 그들의 충돌이 만들어낸 1987년의 역사는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선택에도 연결되어 있다.
줄거리와 흥행 포인트 –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역사를 만든다
영화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려는 경찰 고위 간부 박처장(박희순 분)과 안기부 요원 최 검사(하정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들은 시신을 화장시켜 증거를 없애려 하지만, 서울지검 윤 검사(이희준 분)는 이를 거부하며 사건은 언론에 조금씩 새어나간다. 교도소 경비원이자 가족을 지키는 가장인 한병용(유해진 분), 언론에 정보를 흘리는 신부 최준열(문성근), 대학가의 시위 현장에 뛰어든 연희(김태리 분), 그리고 이 모든 흐름을 취재하는 기자들까지 — ‘영웅’이 아닌 각자의 자리에서 움직인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모여 역사의 방향을 바꾼다. 흥행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1. **사실 기반의 강력한 서사**: ‘팩트’가 주는 힘은 허구의 극적 장치보다도 강하다. 이 영화는 관객이 이미 알고 있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전개력을 보여준다. 2. **강력한 캐릭터 중심 구성**: 이병헌, 김윤석,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하정우 등 각 인물이 독립된 시선을 갖고 있으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 3. **편집 없는 클라이맥스**: 영화는 전형적인 액션이나 음악의 감정 유도 없이, 극적 사건의 나열만으로도 관객의 심장을 조인다. 이는 감독의 절제된 연출 덕분이다. 4. **역사 교육의 역할**: 젊은 관객에게는 1987년이라는 해가 단순한 연도가 아닌, 민주주의가 피로 써 내려간 해라는 사실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 장면, 연희가 시위 현장을 향해 달리는 장면에서 터지는 음악과 함께, 관객은 시대를 관통한 사람들의 울림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결론 – 우리는 ‘그날’에 빚지고 있다
<1987>은 묻지 않는다. 다만, 보여줄 뿐이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목숨을 건 검사, 화장 명령을 거부한 교도소 직원, 기사를 통과시키기 위해 애쓴 편집국 기자들, 거리로 나선 대학생들. 그들의 이름은 대부분 기억되지 않지만, 우리가 오늘 누리는 자유와 권리는 그 이름 없는 이들의 선택에서 비롯되었다. 영화는 그 진실을 확인시키고, 동시에 지금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단순한 과거 회고가 아니라 **현재의 양심에 대한 도전**이다. 결국 <1987>은 영웅의 이야기라기보다 ‘사람의 이야기’다. 시민, 공무원, 학생, 기자, 종교인—그들이 함께 만든 이야기는, 단지 승리의 서사가 아니라 **함께 버텨낸 연대의 기록**이다. 이 영화는 말한다. “정의는 지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 그것을 끝까지 붙들고 있을 때만 이긴다.”
특별 관점 리뷰 – 영화 포스터와 본편 사이의 정서적 간극 분석
<1987>의 포스터는 ‘두 개의 시선’을 동시에 담고 있다. 어두운 감옥과 강압적 분위기 속, 아래를 응시하는 경찰의 눈빛과 그들을 올려다보는 젊은 시위대의 모습. 붉은 톤과 칠흑 같은 어둠 속 조명이 대비를 이루며, 영화가 다루는 진실의 무게를 표현한다. 하지만 영화 본편은 포스터보다 훨씬 더 다정하고 인간적이다. 단순히 억압과 저항의 대치가 아니라, **소시민들이 만들어내는 희망의 물결**이 핵심 서사다. 따라서 포스터가 주는 인상—무겁고 차가운 공포 정치의 시대—와 본편에서 느껴지는 정서—끈질긴 연대와 희망—사이에는 분명한 온도 차가 존재한다. 이는 마케팅적으로는 관객의 관심을 끌기에 성공했지만, 영화 자체가 전하려는 메시지와는 약간의 괴리감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포스터는, **그 해 여름의 공기를 짧고 강렬하게 요약한 상징적 이미지**로 남아 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관객은 포스터의 묵직한 분위기를 다시 떠올리며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그날,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