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서사 중심 영화 리뷰 – 목소리를 되찾은 그녀들의 이야기

 

한국 여성 서사 중심 영화 리뷰 – 목소리를 되찾은 그녀들의 이야기

이제야 비로소 시작된, 여성 중심 서사의 확장

오랫동안 한국 영화 속 여성 캐릭터는 주체적이지 못하거나, 남성 중심 이야기의 보조적 역할로 그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여성의 감정, 삶, 관계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점차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단지 ‘여성 등장인물 수 증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여성 서사 중심 영화는 단순히 젠더 이슈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절제된 감정의 분출, 소수자의 생존기, 억압된 삶의 기록이자, 동시에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진정성 있게 다루려는 시도다. 이번 리뷰에서는 그러한 변화를 대표하는 작품 <김복동>, <벌새>,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통해 한국 영화계 여성 서사의 흐름과 의미를 조명한다.

여성의 삶을 주인공으로 삼은 세 편의 영화: <김복동>, <벌새>,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김복동>(2019, 송원근 감독)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 김복동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피해자로서의 과거뿐 아니라, 투사로서의 삶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억울한 여성’의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주체적 서사를 부여한다. 기록영상과 인터뷰가 교차하며 복동 할머니의 인간성과 신념을 조명하는 이 영화는, 여성의 목소리가 어떻게 ‘운동’이 되었는지를 정직하게 담는다. <벌새>(2019, 김보라 감독)는 1994년을 배경으로, 중학생 은희의 시선을 따라가는 성장 영화다. 가족, 학교, 연애, 친구, 여성성 등 복합적 관계 속에서 은희는 소리 없이 흔들리고 성장한다. 섬세한 카메라워크와 조용한 서사가 특징이며, 여성의 내면과 감정에 집중한 이 작품은 수많은 여성 관객의 감정적 공명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개인의 이야기이면서도 세대의 기억을 담고 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 이종필 감독)은 1995년 대기업 말단 여직원 3인이 회사 내 부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도 연대를 통해 시스템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경쾌하면서도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 시대 배경이 과거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직장 내 여성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성 서사는 지금, 더 많이 이야기되어야 한다

한국 영화에서 여성의 이야기를 제대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김복동>의 목소리는 역사의 침묵을 깨고, <벌새>의 시선은 내면의 사춘기를 정제된 감정으로 풀어내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연대는 여성들이 일터에서 겪는 현실을 유쾌하지만 진지하게 조명한다. 이 영화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강한 여성’을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흔들리는 존재, 고통 속에 있는 평범한 여성들을 그려냄으로써, 여성 서사의 진정성과 현실성을 확보한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더 강하게 와닿는다. 여성 중심 영화는 특정 성별을 위한 장르가 아니다. 그것은 절반의 인구가 경험한 세계를 ‘이제야’ 스크린 위에 올리는 일이며, 아직 말하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를 위한 출발점이다. 더 많은 여성 서사가 필요하다. 그래야 영화는 진짜 현실을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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